2022.10.30
10월 엽서 / 이해인
사랑한다는 말 대신
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게요
좋아한다는 말 대신
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
기도한다는 말 대신
탱자의 향기를 드릴게요
푸른 하늘이 담겨서
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
붉은 단풍에 물들어
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
우표 없이 부칠 테니
알아서 가져가실래요?
서먹했던 이들끼리도
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
눈부시게 고운 10월 어느 날
시월/임보
모든
돌아가는 것들의
눈물을 감추기 위해
산은
너무 고운
빛깔로
덫을 내리고
모든
남아있는 것들의
발성을 위해
나는
깊은 푸른
허공에
화살을 올리다